7년의 여정, 오시리스-렉스의 귀환

 9월 24일 오전. 미국 서부 유타 주에 위치한 미 국방부 시험 훈련장의 날씨는 매우 좋았다. 습도도 적절했으며 바람도 강하지 않았다. 지구 표면에서 약 10만 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은 약 3년을 간직한 소중한 캡슐을 지구를 향해 방출했다. 이 캡슐에는 소행성 베누에서 채취한 암석 샘플이 들어있었다. 그렇게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한 캡슐은 현지 시간 9월 24일 오전 10시 52분.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2016년, 탐사선이 지구를 떠난 뒤 7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유타 사막에 착륙한 베누 샘플의 모습


 소행성 베누는 1999년 9월, 리니어(LINEAR) 프로젝트 진행 도중 발견한 소행성이었다. 미 공군과 NASA, 그리고 MIT의 링컨 연구소가 합작한 이 프로젝트는 근지구 물체 발견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미 미국은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시작한 1950~1960년대부터 우주 물체를 식별하기 위한 노력을 같이 진행해왔다.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가 미국의 적국인 소련에 의해 발사되면서 우주 물체 추적 기술을 늘려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생겨버렸다. 그렇게 인공위성, 미사일 등의 물체 감지에 사용되던 기술은 점점 범위를 넓혀 소행성과 혜성 등의 천체까지 분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링컨 연구소가 개발한 새로운 장비는 관측 성능을 상당히 끌어올리는 것에 성공하였다. (이 관측소 중 하나가 대구 달성군에 있는 최정산에 위치해 있었다. 1993년 이후 폐쇄되어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관측에 사용된 GEODSS 망원경의 모습


 이처럼 우주를 스캔하는 망원경에 걸려든 소행성의 이름은 공모전을 통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발견 당시에는 1999 RQ36이라는 명칭이 붙어있던 소행성에는 ‘베누(Bennu)’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집트 신화 속에 나오는 불멸의 새인 베누에서 가져온 이름이었다. 직경이 500m가 채 되지 않는 이 소행성에 갑자기 거대한 관심이 쏠리게 된 이유는 미국 최초의 소행성 샘플 채취 미션의 목적지로 선정되었기 때문이었다. 2000년대 초반, NASA의 태양계 탐사 프로젝트인 뉴 프런티어 프로그램(New Frontier)이 확정되면서 여러 미션이 제안되었다. 명왕성 탐사, 목성 극지 궤도선, 금성 착륙 실험실, 달 남극 샘플 귀환 계획, 토성 대기 진입 계획, 이오 위성 탐사 계획, 혜성 샘플 반환 계획 등 무수히 많은 태양계 탐사 목표들이 떠올랐다. 그중 가장 먼저 선정된 것은 2006년 발사된 명왕성 탐사선인 뉴 호라이즌스였으며 두 번째는 목성 탐사선인 주노였다. 그리고 세 번째. 소행성 샘플 귀환 계획이 선정되었다.

뉴 프런티어 계획에 포함된 4개의 탐사선.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뉴 호라이즌스(명왕성), 주노(목성), 오시리스-렉스(소행성 베누), 드래곤 플라이(타이탄). 4번째인 드래곤 플라이는 아직 발사하지 않았다.


 사실 소행성 샘플 귀환 프로젝트는 NASA가 최초는 아니었다. 이미 2003년 일본에서 발사한 하야부사 1호가 소행성 이토카와 샘플 귀환에 성공했던 것이다. 비록 돌아온 샘플의 무게가 1밀리그램보다 작았지만(하야부사 1호의 계획이 거의 다 틀어지면서 고생한 탓이 컸다.) 최초로 소행성의 물질을 가져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한발 늦었지만 NASA의 계획은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2011년 공개된 탐사선의 이름인 오시리스-렉스(OSIRIS-REx)는 굉장히 긴 단어의 약자였다. 기원, 스펙트럼 해석, 자원 확인, 안전, 표토 탐사(Origins-Spectral Interpretation-Resource Identification-Security-Regolith Explorer)라는 단어를 억지로 연결한 것 같은 이 이름에는 사실 다른 뜻도 담겨있다. 이집트 신화 속 죽음을 관장하는 신 오시리스의 이름과 라틴어로 왕을 뜻하는 단어 렉스가 합쳐져 있는 것이다. 이집트 죽음의 신이 찾아가는 부활의 새 베누라니. 억지로 붙은 것 같은 이름에도 나름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사자의 서에 그려진 오시리스의 모습. 앉아있는 신이 오시리스이다.


 끊임없이 발견되는 소행성 중 NASA가 굳이 베누를 목적지로 선택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거리가 상당히 가까웠다. 베누는 아폴로 소행성군으로 분류되는데 이 소행성군은 지구 궤도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태양을 공전한다. 베누 역시 6년마다 지구에 근접하는 궤도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궤도 평면도 지구와 비슷한 관계로 발사가 조금 더 수월했다. 크기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너무 작은 소행성의 경우 회전을 너무 빨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탐사선이 접근하여 샘플을 채취하는 과정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베누는 롯데 타워보다 조금 작은 덩어리가 4.3시간마다 자전하는 상태였으니 이 부분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아폴로 소행성군의 위치. E가 지구 궤도이며 초록색 부분이 아폴로 소행성군이 주로 도는 궤도를 의미한다.


 처음 두 가지 이유는 기술적인 편리함과 관계가 있었다. 이것 말고도 베누는 아주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베누가 태양계 행성 초기에 형성되어 아직까지 그 흔적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 아주 중요했다. 구성 성분 역시 탄소 성분이 많은 것으로 보여 생명체에 있는 탄소 유기물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 태양빛으로 인해 뜨거워진 열을 소행성이 한 방향으로 방출하면서 위치가 변하는 야르콥스키 효과를 확인하기에도 아주 적절했다. 마지막 이유로는 베누의 궤도를 계산했을 때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있었다. 2100년대 후반 즈음이 가장 확률이 높지만 물론 그 확률도 1/2700 정도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0이 아니라는 점 자체는 충분히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

오시리스가 베누에 접근하여 찍은 최초의 고해상도 사진
베누 표면 확대 사진


 이렇게 여러 이유를 통해 선정된 베누를 향해 2016년 9월 8일, 탐사선이 출발한다. 지구를 돌면서 속도를 추가로 얻은 오시리스-렉스는 2018년이 되어서야 베누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앞서 있었던 뉴프런티어 계획의 선배들이 짧게는 5년, 길게는 9년 가까이 목표물을 향했다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다. 거리가 가장 가까웠던 것이 아무래도 컸다.) 탐사선은 도착하자마자 착륙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소행성을 공전하면서 고해상도 사진을 남겼으며 화학 성분의 분포도를 확인하고 물 또는 유기물질의 흔적을 찾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 탐사선이 샘플을 채취할 위치를 선정해야 했다.

베누에서 포착된 물질 방출 장면. 처음에는 배경 별로 생각했으나 분석 결과 베누에서 방출되는 물질이었다.


 베누의 표면은 예상보다 더욱 거칠어 보였다. 바위가 없는 평탄한 지형이 거의 없는 관계로 훨씬 정교하게 내려앉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선정된 후보지는 모두 4군데였다. 나이팅게일(밤꾀꼬리), 샌드파이퍼(도요새 종류), 물총새, 물수리라고 붙인 위치들 중 하나에 베누가 내려앉아야 했다. (착륙 지점 이름은 이집트 지역에 서식하는 조류로 정했다고 한다.) 계속된 접근 촬영과 분석 끝에 2019년 12월. 나이팅게일이 최종 목적지로 선정되었다. 이제 오시리스에게 남은 가장 큰 미션은 샘플 채취였다.

착륙 후보지 4곳의 모습


 오시리스-렉스의 샘플 채취 방법은 기존 행성 탐사선들이 했던 방법과는 조금 달랐다. 화성 탐사선들은 착륙 후 이동하면서 땅에 구멍을 뚫거나 포크레인처럼 흙을 퍼올려 분석하는 방식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오시리스-렉스는 착륙이 목표가 아니었다. 그런 관계로 탐사선 하단에 달린 장치를 소행성 표면에 붙게 만들고 그 장치에서 질소 가스를 분사시켜 주변의 입자를 띄우는 방식을 택했다. 공중에 뜬 입자를 다시 장치에 빨아들이고 탐사선은 역추진을 통해 소행성을 떠나야 했다. 신중한 궤도 조정, 여러 번의 리허설 끝에 2020년 10월. 드디어 탐사선이 베누를 향해 하강했다.

오시리스-렉스의 터치다운 순간


 이미 장치를 가까이 가져다 대는 것은 리허설을 통해 했던 작업이었다. 문제는 베누의 표면에 닿았을 때 발생했다. 성공적으로 입자를 끌어모은 오시리스-렉스는 역추진 장치를 작동시켰다. 그런데 여전히 소행성의 중심으로 끌어당겨지고 있었다. 베누는 이미 관측을 통해서 속이 상당 부분 비어있는 상태일 것이라 예측되었다. 그런데 예상보다도 더 느슨하게 표면이 결합되어 있어 마치 아이들의 공놀이 풀장에 빠진 것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정말 다행히도 계속된 역추진 장치 가동으로 오시리스-렉스는 베누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게 탐사선의 샘플 채취는 베누에 예상외의 크레이터 흔적을 남기면서 잘 마무리되었다.

나이팅게일 착륙 지점의 전-후 사진. 푹 파인 부분이 잘 보인다.


 중간에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오시리스-렉스의 임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채취한 샘플의 양마저도 본래 목표였던 60g을 훨씬 넘는 250g 정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잘 보관된 샘플이 다시 3년의 시간을 건너 지구로 복귀한 것이다. 회수된 샘플은 클린 룸에 들어가 철저하게 지구의 입자와 분리 조치를 받고 있다. (NASA는 회수하는 절차까지 미리 연습해놓은 상태였다.) 지구 먼 곳에서 날아온 귀중한 연구 자료는 최소 몇 주간의 분석 작업을 거친 후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채취한 시료를 샘플 케이스에 보관하는 탐사선
유타에 설치된 임시 클린룸의 모습


 베누에서 날아온 입자들은 드디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오시리스-렉스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구에 택배를 전달한 탐사선은 이름까지 바꿔달면서 또 다른 목적지로 방향을 돌렸다. 새로 받은 이름은 오시리스-에이펙스(OSIRIS-APEX). 앞글자는 동일하고 변경된 뒷글자는 아포피스 탐사선(Apophis Explorer)의 약자이다. 베누처럼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인 아포피스를 만나러 출발한 것이다. 베누 때와 달리 표면에 내려가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소행성을 근접 촬영하게 될 것이다. 비록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우주 탐사 역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고 또 계속 흔적을 남길 오시리스 탐사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오시리스-렉스 상상도

참고자료

  1. 오시리스-렉스 미션 홈페이지
  2. 오시리스-렉스 NASA 홈페이지
  3. Lonnie Shekhtman. 2018. Why Bennu? 10 Reasons. NASA
  4. Natalie Wolchover. 2011. NASAcronyms: How OSIRIS-REx Got Its Name. NBC news
  5. ON THE WATCH FOR 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S. MIT Lincoln Laboratory
  6. 엄남석. 2022. 우리가 예타서 뺀 ‘아포피스’ 탐사 ‘오시리스-렉스’가 맡는다. 연합뉴스
  7. 엄남석. 2022. 소행성 베누 ‘볼풀’ 같아 시료채취 우주선 하마터면 파묻힐 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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